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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로마 제국 문학 속 기독교에 대한 풍자와 조롱거리 분석

by gospel79 2024.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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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포스팅에서는 로마 제국 문학 속에 등장하는 기독교에 대한 풍자와 조롱거리를 분석해 보겠습니다.

기독교에 대한 초기 로마 문학의 인식

로마 제국 초기의 문학 작품들에서는 기독교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거의 없었습니다. 기독교는 당시 로마 제국의 주류 사회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작은 종교 집단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독교가 점차 세력을 확장해 가면서 로마 제국의 지식인들 사이에서 기독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이에 따라 문학 작품 속에서도 기독교에 대한 언급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초기 로마 문학에 등장하는 기독교에 대한 묘사는 대부분 부정적이었습니다. 당시 로마인들은 기독교를 미신이나 비이성적인 종교로 치부했습니다. 기독교인들이 예수 그리스도라는 한 사람을 신격화한다는 사실이 로마인들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로마 제국의 전통적인 종교는 다양한 신들을 숭배하는 다신교였기 때문입니다. 또한 기독교의 교리 중에는 당시 로마 사회의 가치관과 상충되는 내용들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기독교는 가난한 자와 약자에 대한 사랑을 강조했는데, 이는 전쟁과 정복을 미덕으로 여기던 로마 사회의 분위기와는 맞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로마 제국의 지식인들은 기독교를 자신들의 전통적인 가치관과 이념에 위협이 되는 존재로 인식했고, 이런 인식은 당시의 문학 작품 속에 반영되었습니다. 로마의 시인 유베날리스는 자신의 풍자시에서 기독교를 "미신에 빠진 광신도들의 모임"이라고 조롱했고, 역사가 타키투스는 "유해하고 부도덕한 미신"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이처럼 기독교에 대한 로마 문학의 초기 인식은 매우 부정적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타키투스의 기독교 비판

로마의 역사가 타키투스(Tacitus, AD 56? ~ AD 120?)는 『연대기』에서 기독교와 기독교인들에 대해 매우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타키투스는 기독교를 "치명적인 미신(exitiabilis superstitio)"이라고 표현하며, 기독교가 유대에서 시작되어 로마에까지 퍼졌다고 설명합니다[1].

타키투스는 기독교의 창시자인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서는 간략하게만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는 예수에 대해 "티베리우스 황제 치세 때 총독 본디오 빌라도에 의해 사형을 받았다(Christus, Tiberio imperitante per procuratorem Pontium Pilatum supplicio adfectus erat)"고 적고 있습니다[2]. 이 구절은 단순한 사실 전달 이상의 어떤 가치 판단도 담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독교인들에 대한 타키투스의 묘사는 노골적으로 적대적입니다. 그는 당시 네로 황제가 로마 대화재의 방화 혐의를 기독교인들에게 뒤집어 씌웠다고 설명하며, 이 과정에서 체포된 기독교인들이 "증오받을 만한 악행으로 인해 고발되었다(per flagitia invisos)"고 평가합니다[3]. 그는 기독교가 로마에 만연한 "추악한 악습들(atrocia aut pudenda)"의 근원이라고 주장하며, 기독교인들을 "인류에 대한 증오자들(odio humani generis)"이라고 비난합니다[4].

타키투스가 기독교에 대해 가진 부정적 인식은 당시 로마 지식인 계층의 전형적인 반응이었습니다. 로마의 전통적인 종교관과 세계관으로는 기독교의 교리를 받아들이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키투스의 글은 1세기 로마의 기독교 탄압과 기독교인들의 수난을 역사적으로 증언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사료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수에토니우스의 기독교 비판

로마의 역사가 수에토니우스(Suetonius, AD 69경 ~ AD 130이후) 역시 자신의 저서 『열두 황제들의 생애』에서 기독교를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는 클라우디우스 황제에 대해 언급하면서, 클라우디우스가 "그리스도를 영도자로 내세운 유대인들이 끊임없이 소요를 일으키자 로마에서 추방했다(Iudaeos impulsore Chresto assidue tumultuantis Roma expulit)"고 적고 있습니다[5].

여기서 수에토니우스는 당시 로마인들의 인식을 반영하여 예수 그리스도(Christus)를 '크레스투스(Chrestus)'라고 표기하고 있습니다. 이는 그리스어로 "선한, 유익한"이라는 뜻을 가진 형용사로, 당시 노예의 이름으로도 쓰였습니다. 수에토니우스가 이렇게 표기한 것은 예수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는, 의도적으로 기독교의 창시자를 깎아내리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수에토니우스는 기독교인들을 유대인 공동체에 속한 자들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는 기독교인들이 소요를 일으켰기 때문에 클라우디우스 황제가 유대인들을 로마에서 추방했다고 설명합니다. 이는 1세기 중반까지 로마인들이 기독교를 독립된 종교로 인식하기보다, 유대교의 한 분파 정도로 여겼음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 구절은 동시에 기독교가 로마에서 상당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었음을 암시하기도 합니다. 황제가 직접 나서서 이들을 추방할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수에토니우스는 네로 황제에 대한 장에서도 기독교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는 네로가 "기독교도들에게 형벌을 내렸는데, 이들은 새롭고 위험한 미신을 믿는 부류들이다(afflicti suppliciis Christiani, genus hominum superstitionis novae ac maleficae)"라고 적고 있습니다[6]. 여기서 그는 기독교를 "새롭고 위험한 미신(superstitionis novae ac maleficae)"이라고 규정하며 매우 부정적인 어투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는 앞서 살펴본 타키투스의 평가와도 상통하는 것입니다.

루키아노스의 기독교 풍자

기독교에 대한 로마 제국 문학의 부정적 묘사는 루키아노스에 이르면 한층 더 노골화됩니다. 기원후 2세기 후반의 풍자 작가 루키아노스는 기독교를 미신과 사기로 가득 찬 어리석은 종교로 매도하며 신랄하게 조롱했습니다.

루키아노스의 작품 『페레그리누스의 죽음』은 가상의 인물 페레그리누스의 일생을 풍자적으로 묘사한 것입니다. 페레그리누스는 당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무모한 행동을 일삼던 괴짜 철학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루키아노스는 기독교에 심취했다가 파문된 뒤, 종교적 명성을 얻기 위해 공개적으로 분신 자살한 페레그리누스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 사회의 종교적 광신과 허위의식을 풍자하고 있습니다.

특히 루키아노스는 기독교에 심취했던 페레그리누스의 행적을 묘사하면서 기독교 교리와 기독교인들의 행태를 신랄하게 조롱합니다. 그는 페레그리누스가 "기독교의 놀라운 지혜를 배웠는데, 그들의 제사장이자 서기장 노릇을 하면서 그들의 경전을 혼자서 해석하고 많은 저술도 했다"고 써 놓고 있습니다[7]. 이어서 루키아노스는 "기독교인들은 (페레그리누스를) 신으로 받들어 모시고 그들의 법률 제정자로 삼았으며, 자기들의 대제사장으로 임명했습니다. 그리하여 지금도 그들은 예수 그리스도 다음 가는 인물로 저 사람을 숭배하고 있지요"라고 풍자합니다[8].

이처럼 루키아노스는 기독교인들이 어떤 사람이든 무분별하게 신격화하고 맹목적으로 추종한다고 비꼬고 있습니다. 그는 기독교를 "놀라운 지혜(thaumasten sophian)"라고 부르며 노골적인 조소를 보냅니다. 루키아노스는 또한 페레그리누스가 기독교인이 되어 순교할 각오로 투옥되었으나, 실제로는 사형 당할 위험이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인들이 그를 순교자 대접했다고 적고 있습니다[9]. 이는 기독교인들의 순교 정신마저 조롱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루키아노스의 글은 2세기 로마 사회에서 기독교가 이미 상당한 위치를 점하고 있었음을 보여 주기도 합니다. 그는 "기독교인들은 자기들의 동포가 감옥에 갇히거나 이런 류의 일을 당하면 전력을 다해 구제에 나선다"며, "그들은 잠시 동안에 재산 있는 자들의 전 재산을 탈탈 털어 버리기 일쑤"라고 적고 있습니다[10]. 이는 당시 기독교 공동체가 상당한 조직력과 경제력을 가지고 있었음을 방증하는 것입니다. 또한 "기독교인들은 이 세상의 것은 모두 무가치한 것으로 여기고, 공동으로 소유하기를 법으로 정하고 있다"는 구절은 초대 교회의 공동체 정신이 2세기까지도 유지되고 있었음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11].

켈수스의 기독교 비판

로마의 철학자 켈수스는 기독교 비판을 주제로 한 전문 저술 『알레테스 로고스』를 남겼습니다. 이 책은 현재 산실되어 전해지지 않지만, 3세기 교부 오리게네스가 쓴 변증서 『켈수스를 논박함』을 통해 그 내용의 일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켈수스는 기독교에 대한 대표적인 지적 비판가로 꼽힙니다. 그는 자신의 책에서 기독교 교리의 여러 측면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습니다. 그는 먼저 기독교의 유대교적 뿌리를 공격하면서, 모세의 창조 이야기가 그리스 로마의 창조신화보다 우월하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기독교의 유일신 사상이 "유대인들의 국수주의적 견해일 뿐"이라며, 유대 민족의 배타성을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12].

켈수스는 또한 기독교의 교리들이 이성적이지 못하며 근거가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기독교의 중심 교리인 예수의 성육신(incarnation)과 부활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는 절대자인 신이 인간의 몸으로 태어났다는 성육신 교리는 이성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모순이며, 신의 초월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보았습니다[13]. 그는 "신은 변할 수 없는 존재인데, 어찌 필멸의 육체를 입을 수 있겠는가"라며 성육신의 불합리성을 지적했습니다[14].

켈수스는 예수의 부활 역시 "어리석은 여인들의 헛된 망상"에 불과하다고 일축했습니다[15]. 그는 제자들이 예수의 부활을 꾸며냈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그는 "신은 필멸의 몸으로 고통받을 수 없다"면서 예수의 고난과 십자가 죽음 자체가 모순이라고 보았습니다[16].

뿐만 아니라 켈수스는 당시 기독교인들의 삶의 모습도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는 기독교가 "오직 어리석은 자들과 비천한 자들, 정신 나약자들, 노예들, 가난한 여자들과 어린아이들만을 상대로 포교활동을 벌인다"고 조롱했습니다[17]. 이어 그는 "빵 굽는 자들과 구두 직공들, 세탁업자들"이 "어린아이들을 꾀어내어 어리석은 여자들에게 자기 마음대로 떠벌린다"고 매도했습니다[18].

하지만 이런 조롱 섞인 묘사는 역설적으로 초기 기독교의 특징을 잘 보여 주고 있기도 합니다. 당시 기독교는 사회의 소외된 계층, 곧 노예와 여성, 가난한 자들을 중심으로 확산되어 갔습니다. 켈수스의 글은 기독교가 사회 하층민들에게 호소력을 가졌음을 방증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 문헌에 등장하는 기독교 언급

로마 제국의 공문서와 정부 기록에서도 기독교에 대한 언급을 일부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기독교 탄압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은 네로 황제 시기부터였는데, 그 이전에도 기독교에 대한 로마 정부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 자료들이 남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기원후 112년 비두니아 총독 플리니우스 2세가 트라야누스 황제에게 보낸 서한입니다. 플리니우스는 자신의 관할 지역에서 기독교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을 묘사하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황제의 지침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플리니우스는 자신이 기독교인들을 처벌하고 있으나, 죄목이 불분명하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그는 "그들(기독교인들)이 실제로 어떤 죄를 범했는지, 아니면 단지 그 이름(그리스도인) 자체가 처벌받아야 할 죄목인지 확실치 않습니다"라고 토로하고 있습니다[19]. 이는 당시 로마 정부가 기독교를 불법적인 종교로 규정하고 있었으나, 그 법적 근거가 모호했음을 보여줍니다.

한편 플리니우스는 자신이 기독교인들을 신문하고 고문한 결과, 그들에게서 "과도하고 미신에 찬 것 외에는 아무런 죄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20]. 그가 묘사하는 기독교인들의 활동은 주로 일출 전에 모여 예수를 찬미하는 찬송을 부르고, 결코 악행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맹세를 하며,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 등입니다[21]. 이는 당시 로마인들이 악명높은 소문에도 불구하고, 정작 기독교인들의 삶에서는 별다른 죄악을 발견하지 못했음을 시사합니다.

플리니우스는 기독교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면서, "이 미신이 더욱 확산되어 가고" 있으며, "연령과 신분과 성별을 막론하고 많은 사람이 위험에 빠져들고" 있다고 우려를 표합니다[22]. 그는 소아시아 전역의 도시는 물론 "촌락과 시골에까지" 기독교가 퍼져 나가고 있다고 묘사하고 있습니다[23]. 또한 심지어 "신전들이 황폐화되고, 제물 의식은 오랫동안 폐지되었으며, 제물용 동물을 사는 사람도 거의 없게 되었다"면서 당시 상황의 심각성을 호소하고 있습니다[24].

플리니우스의 편지에 대한 트라야누스 황제의 답신도 남아 있습니다. 트라야누스는 기독교인들을 적극적으로 색출하지는 말되, 기소된 자가 있으면 처벌하라고 지시하고 있습니다[25]. 그는 "악명은 범죄와 다름없으므로" 로마의 법에 따라 처벌하되, 기소자가 없으면 혐의를 묻지 말라고 지침을 내립니다[26].

또한 트라야누스는 "누군가가 자신은 그리스도인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이를 행동으로 입증한다면" 용서할 것을 명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우리의 신들에게 제사를 지내면" 과거의 혐의를 묻지 말라는 것입니다[27]. 이는 처벌의 목적이 기독교 신앙 자체라기보다는, 로마의 전통적 종교를 거부하는 데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서한집』에 수록된 플리니우스와 트라야누스의 편지는 2세기 초 로마 제국의 기독교 정책과 상황을 알려 주는 중요한 사료입니다. 이 문헌은 당시 기독교가 제국 전역으로 확산되어 가고 있었으며, 로마 정부의 기독교 정책이 체계적인 탄압으로 나아가고 있었음을 보여 줍니다. 또한 로마 당국이 기독교 자체를 불법화하면서도, 기독교인들의 실제 삶에서는 특별한 죄악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던 역설적 상황도 엿볼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1. Tacitus. Annales, 15.44.
  2. Ibid.
  3. Ibid.
  4. Ibid.
  5. Suetonius. Divus Claudius, 25.
  6. Suetonius. Nero, 16.
  7. Lucian. Peregrinus, 11.
  8. Ibid.
  9. Lucian. Peregrinus, 12-13.
  10. Lucian. Peregrinus, 13.
  11. Lucian. Peregrinus, 13.
  12. Origen. Contra Celsum, 1.14.
  13. Origen. Contra Celsum, 4.2-3.
  14. Origen. Contra Celsum, 4.14.
  15. Origen. Contra Celsum, 2.55.
  16. Origen. Contra Celsum, 2.16.
  17. Origen. Contra Celsum, 3.44.
  18. Origen. Contra Celsum, 3.55.
  19. Pliny the Younger. Epistulae, 1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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